Dreamplant Special Interview _ 작가 김성연
<대안공간 반디> 그리고 작가 김성연
부산에는 문화공간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말이 지나지 나치지 않을 만큼 서울에 비해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반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문화공간들이 꽤 있다. 이런 소 규모 문화공간의 활동들 중에는 지역에서보다 전국단위로 잘 알려져 있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 중 미술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대안공간 반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반디는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또 목욕탕을 전시장으로 개조하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대안공간 반디>를 1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으며 작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연 디렉터를 만나보았다.
1) Q 안녕하세요. 먼저 반디는 어떤 공간인지 소개를 부탁 드리고. 또 반디의 뜻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예, 반디는 비영리로 운영하는 미술공간으로 전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부산국제비디오페스티발을 주관하며 월간미술잡지 발간을 주도하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디’는 맑은 공기에서 서식하는 반딧불이 에서 따 온 말로 작지만 지역문화의 열악한 환경에서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하고 빛, 소리 등을 이용한 미디어아트를 주로 소개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 Q 디렉터께서는 10년 넘게 비영리 공간을 운영해 오고계신데요 처음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되었는지요?
A 제가 부산을 떠나 공부를 하고 돌아왔을 1990년대 후반, 당시 젊은 작가를 위한 발표의 장과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너무 부족했고 서울에 비해 여러 여건들이 열악한 상황을 체감했습니다. 마침 비슷한 연배의 큐레이터들과 그러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어 <대안공간 섬> 이라는 이름으로 1999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뭐, 지역의 한계에 대해 불평만 하기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시도하자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다 공간확보가 어려워져 활동을 멈추었다가 2002년부터 제 작업실을 개조해서‘ 반디’라는 이름으로 지속하게 되었고 오늘에까지 왔습니다.
3) Q 반디가 목욕탕건물을 개조한 독특한 공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A 작업실을 개조한 공간이 교육프로그램이나 작가와의 대화와 같은 행사를 하기에 너무 협소해서 공간을 알아보다 인근의 비어있는 목욕탕을 임대하였고, 2007년 1월 추운 겨울 지역의 작가들이 힘을 모아 공간을 조성하여 옮겨 오게 되었습니다. 공사를 하면서 이전 공간의 특성을 살리려고 했고 보시는 것처럼 2층은 목욕탕의 흔적을 그대로 두고 활용하고 있지요. 이런 공간의 특성 때문에 국내외의 많은 분들이 더 재미있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4) Q 전시는 주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디의 전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A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도 일반 화랑에서 소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상업과 비상업적인 작품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주로 지역의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젊고 실험적 성향의 작품을 주로 소개해 왔습니다. 매달 새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고 미디어 아트라 불리는 다양한 매체미술을 적극적으로 아우르며 동시대적 맥락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전시를 뮤레이터들과 함께 기획합니다.
5) Q 반디가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작가발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아는데요.
A 많은 작가들이 거쳐 갔지요. 처음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 작가로 국내외 알려진 경우가 많아지면서 신진작가의 등용문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가능성 있고 유망한 작가들이 많은데,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지요. 저희는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또 국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6) Q 최근 전시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던데요.
A 예 전시만이 아니라 미술인 혹은 일반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술과 인접장르를 아우르는 강좌를 주로 방학을 이용해 진행합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영상 미술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부산국제비디오페스티발을 7회째 진행하고 있고, 지역작가들을 알리기 위한 자료집을 만들고 배포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ART라고 하는 월간미술잡지도 주도적으로 발행합니다. 그 외에 작가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고 작가와의 대화나 세미나 개최 등을 합니다.
7) Q 그런 일들을 하시려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시겠는데요, 운영은 어떻게 가능하신지요.
A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부산문화재단등에서 지원을 일부 받지만 매년 받을 수 있을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합니다. 또 공공기금은 작가들과 사업에만 한정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임대료와 큐레이터와 같은 인력에 대한 보수, 그 외 운영을 위한 비용 등은 항상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작가를 포함하여 일부 뜻있는 분들이 소액으로 후원하시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는 운영이 원활하지 못해 언제 활동을 중단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요.
8) Q 부산으로 보면 매우 소중한 공간인데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겠군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해 오시고 계신데 반디는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A 공간의 확보와 운영이 가장 우선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창고와 같은 거친 공간이라도 일정기간이라도 활용이 가능한 공간을 지원받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이런 공간이 있으신 분들은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현재의 활동을 이어가는 것 만해도 벅차기도 하고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전시뿐만 아니라 반디가 해오고 있는 활동들은 여전히 지역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타지와 해외와의 네트워크도 더욱 중요한 일일 거구요. 처음 생각처럼 불평만 하고 있기보다는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실천하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입니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 될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말이죠.
9) Q 그리고 대표님께서는 작가로서도 국내외 비엔날레에 초대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비디오아트로 알려져 있는 영상작품뿐만 아니라 사진과 평면회화 그리고 입체설치작업을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시죠?
A 예, 저는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점차 관심이 평면에서부터 확장되었고 마침 뉴욕유학시절 다양한 매체를 접할 기회가 있어 비디오 아트나 사진 등의 매체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10) Q 비디오 아트라면 작고하신 백남준 선생 정도를 알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리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요? 그리고 사진작업도 하시죠?
A 네 대부분 그렇게들 알고 계시고 비엔날레나 큰 기회전이 아니라면 작은 화랑에서 접할 기회는 드물죠. 하지만 동시대의 문제를 담거나 새로운 매체로 작가들이 활용한지는 꽤 됩니다. 저는 조금 일찍 관심을 가지게 되었구요. 사진은 과거 큰 캔버스에 아날로그방식으로 인화한 회화적 작업을 하였고 최근에는 디지털을 이용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1) Q 그리고 최근 몇 년간‘ 포장’ 시리즈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A 예 처음 <캔버스를 포장하다>로 시작해서 최근 <포장의 세기>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삶과 현실을‘ 포장’ 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내는 시리즈작업입니다. 문양으로 포장된 듯한 캔버스, 포장 재료를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는 작업 또는 과거작업을 디지털로 변형시킨 사진작업, 그리고 종이박스로 사람의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도 하죠. 회화작업과 사진, 입체작업과 같은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나를 포함한 우리시대의 모습을‘ 포장’ 혹은‘ 포장지’ 라는 상징을 통해 드려내고 있습니다.
12) Q 앞으로 작가로서의 활동계획은 어떠신지요?
A 작가가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고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합니다. 사실, 작업과 생활과의 관계를 포함하여 여러 여건들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어려운 것이 대부분의 작가들이지만 말이죠. 무엇보다도 다른 활동들을 줄이고 작업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13) Q 말씀처럼 기획자로서의 활동과 작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시기에 힘드셨을 것 같은데 앞으로는 작품 활동에 더 비중을 두신다는 의미인가요?
A 기획자로서 혹은 다양한 활동들은, 개인적인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는 어쩔지 몰라도 특별히 개인의 어떤 이익이나 구체적 목적 혹은 성취를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제적, 개인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려운 여건이지만 지속 해 온 것이지요. 어쩌면 이렇듯 과한 욕심이 없었기에 지금의‘ 반디’를 좋게 봐 주시는 분들이 많으신지도 모르겠어요. 생각 같아선 반디가 운영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싶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고, 다만 이제는 좀 더 제 자신의 문제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는 의미입니다.
김성연은 부산출생으로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3회의 개인전과 부산비엔날레, 후쿠오카 트리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등을 포함한 국내외 전시에 초대되었다. 또한 <대안공간 반디>의 디렉터, 부산국제비디오페스티발, 월간미술잡지 B-ART발행인, 부산비엔날레 게스트 큐레이터 등 기획자로도 활동하며 현재 부산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