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 원장님이 추천하는 타임머신 타고 떠나는 추억의 부산여행 - 남포동 일대
부산. 어느새 부산은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에겐 '맛집 기행'이나 '휴가 여행'의 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듯합니다. 맞습니다. 경상도-부산 음식이 맛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부산만큼 다양한 곳도 또 없으리라. 거기에 KTX로 편리해진 교통 여건은 부산 여행을 더욱 가깝게 느끼기엔 충분한듯 합니다.
부산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저로서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추억 여행'도 될 수 있고, 자녀와 함께 손잡고 간다면 '역사 기행' 으로도 좋을 듯 합니다.
고교시절의 추억 - 보수동 책방 골목
http://www.bosubook.com/
새 학년이 시작되면 연중 행사처럼 나섰던 남포동행.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한푼 이라도 싸게 책을 사려고 아주머니에게 애교를 떨던 기억, 책을 산 후 친구와 남은 돈으로 먹자골목에서 쪼그리고 앉아 먹던 순대와 떡볶이. 이젠 기억조차 선명하지 않은, 오래 전 일이 되어 버렸지만 그 거리로 나서면 어느덧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시절, 까까머리 고등학생으로 돌아 갑니다.
고서점. '아주 오래 전에 간행된 책을 파는 곳'이란 뜻 이라고 합니다. 헌 책 방과는 뭐가 다를까? 수북이 쌓여 있는 책들과 빛 바랜 종이 색깔, 퀴퀴한 헌 책 냄새, 세월의 흐름을 말해 주는 듯한 그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문득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빛이 바래는 헌 책처럼 나도 늙어갈 수만 있다면.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방송의 힘은 역시 대단한 것 같습니다. KBS '다큐 3일'을 통해 [보수동 책방골목]이 재조명되면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두 그 방송으로 보고 다시 오게 되었으니까요. ‘말똥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우습다.’는 속담처럼, 그땐 뭐가 그리 좋았는지. 토요일 오후, 학교를 파한 고교생들은 그때의 저처럼‘ 그냥 집에 가기 싫어서'’ 이곳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그립습니다.
부산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다녀간 가족 나들이의 추억, - 용두산 공원
http://www.yongdusanpark.or.kr/
학창시절 친구들과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집에 놀러가 각자의 앨범을 보면서 서로 "이 시절엔 이랬지~"라면서 같은 시절을 살아온 공감도하고, 한 시대를 같이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같이 느끼기도 했을 때... 똑같은 장소, 똑 같은 포즈로 찍은 가족 사진이나 멋쩍은 사진을 보고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고서 한 두 사람 거치면 모두가 지인 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가 보이는 꽃시계 앞.차렷 자세로 서서 찍은 가족 사진 한 장! 그 시절엔 사진사 아저씨들이 기념 사진을 찍어주곤 했는데.....지금 용두산 공원엔 수동 카메라 대신 디지털 카메라로, 우편으로 부쳐 주는 대신 즉석 인화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사진사 아저씨들이 가족을, 연인을 찍기 위해 용두산 공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젠 삶의 방식도 변하고, 다양한 놀이 문화가 발달하여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쉼터로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산을 대표하는 곳은 용두산 공원이 아닐까합니다. 저도 대학때 아내와 가끔 데이트 삼아 들르던 곳이라 새삼 추억이 되살아 납니다. 용두산 공원에 가면 부산타워에 올라가 보세요 부산의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舊시가지, - 남포동 거리
용두산 공원의 계단을 내려와 우측으로 꺾어져 걸어가면 구 시가지였던 '광복로'가 나옵니다. 대학때 동기들끼리 모여 한잔 하던 추억의 맛집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남포동엔 먹을 거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학창시절 즐겨찾던 18번 완당집 부터 시작해서 가벼운 주머니로 배를 채워주던 돌고래 순두부 / 낙지볶음, 밀면, 원산면옥, 할매 회국수, 한양족발, 구 미화당 뒷골목의 추억의 고갈비 골목, 애인과 분위기 잡으로 가던 B&C와 고려당.... 지금 생각나는 집만 해도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덩달아 즐겁기만 합니다.
롯데 광복점이 들어서고 나서 다시 살아난 상권에 힘입어 지금쯤이면 연말 트리축제가 장관을 이룰 듯 합니다. 모처럼 추억도 되새길 겸 이번 주말에 한번 남포동으로 향해보세요.
외국인도 반한 그 맛 - 자갈치 꼼장어
타지인들에게 인기있는 부산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꼼장어'. 꼼장어, 어디가 맛있냐고 물어보면..... 가장 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 한다면 '롯데백화점 광복점' 맞은 편에 있는 ‘성일 꼼장어’가 50년 전통을 자랑한다 하더군요. (사실 여기서 먹으나 저렴할 것 같은 포장마차에서 먹으나 가격은 똑같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전포동 꼼장어 골목, 해운대 시장 꼼장어, 온천장 꼼장어 등등 꼼장어 골목이 곳곳에 있지만 그 중 가장 맛깔스러운 것은 자갈치 선창가에 조그마한 의자에 앉아 이모님의 구수한 사투리가 정겨운 좌판 같은 포장마차가 제격인듯 합니다. 굳이 어디가 맛있냐고 따지면 그 많은 집을 다 돌아다녀 보고 선택해야 하니 그러긴 쉽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자기 마음 가는 대로 가면 됩니다.
단골? 솔직히 단골은 자주 가야 단골인데, 자주 가는 사람이 아니 라면 다 똑같다고 보시면 되겠죠. 물론 부산사람의 이모 사랑은 끝이 없으니 들르실 때 능력을 발휘 해보세요. 포장마차 대부분 연탄에 초벌 구이를 하고 숯불에 구워 먹는 형식인데, 주말처럼 손님이 많을 땐 불판이 모자라 그냥 가스버너에 구워주기도 한답니다. 그땐 제법 미식가인 것처럼 "연탄불에 구워 주이소"라고 하면 그렇게 해준다는 말을 함께한 지인이 팁을 주네요.
하지만, 이제 꼼장어는 만만한 음식은 아니더군요.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 학창시절 때를 생각하고 갔다가는 엄청 당혹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꿈틀꿈틀~~지글지글~~!! 보고만 있어도 침이 꼴딱!! 아...또 먹고 싶어집니다. 다 먹고 난 뒤 볶음밥은아무리 배가 불러도 꼭 먹어봐야 할 코스라고 이모가 덤으로 더 볶아 주십니다.